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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뉴스 > 대전일보

 

①사회적경제 스토리- 사회적기업 '전통문화예술단 혼'

등록일 :
2014.11.05 17:43
등록자 :
대전일보
재생수 :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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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와 갈대밭으로 유명한 서천군의 마산면. 길을 따라 돌고 돌아 도착한 마을은 구멍가게 하나 보이지 않는 '깡촌'. 사람의 인적조차 찾기 힘든 이 곳에서 어디선가 북소리가 연신 들려온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둥둥-" 가만히 듣어보니 북을 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 번 더 맞춰보겠습니다. 들어갈 때 강하게 치고 들어오세요." "여기 박자가 안 맞잖아~ 다시 한 번 가봅시다." 서천의 '예술촌'으로 불리는 건물을 찾아 들어서니 젊은 남녀들이 신명나게 북을 치며 춤사위를 펼친다. 한국 무용과 전통 타악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기업, '전통문화예술단 혼'(대표 김대기)이다.
2008년 가을, 한국 무용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오던 백유영(전통문화예술단 예술감독) 씨는 새로운 공연을 위해 장고를 배우러 나섰다. 어릴 때부터 두들겨 내는 소리 내는 재미에 빠져 타악을 업으로 선택한 김 대표와 백 감독은 그렇게 선생과 제자로 만난다. 무용과 타악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장르의 두 전공자는 전혀 다른 예술인의 길을 걸어 왔지만 서로에게서 공통적인 지향성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행위가 단순한 전달보다는 '배려와 공동체적 신명'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통예술'이라는 장르로 공동체적 신명을 추구하기에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각박하고 황량했다. 살아 숨쉬면서도 '따뜻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두 예술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함께 팀을 이뤄 무언가 뜻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을 하자 행동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 자신들이 꿈꿔 왔던 진정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바로 고향인 서천으로 차를 몰았다.
막상 눈앞에 닥친 현실은 냉혹하고 막막했다. 계획했던 학업의 길을 포기해야 했고 먹고 사는 수단이었던 직장도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눈앞에 닥친 배고픔보다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는 것이 더 급했다. 서천의 허름한 건물 지하실 한 켠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춤추고 북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순진함은 가야 할 길을 더디게 했다. 예술단체 등록을 위해서 서류를 꾸미는 일 하나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우여곡절과 악전고투의 연속. 지하실을 벗어나고 싶어 새로 마련한 마련한 사무실은 서천 전통시장의 한 복판이었다. 어렵사리 돈을 모아 건물 5층에 세를 얻어 그제서야 '전통예술단 혼' 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혼의 목표와 비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공동체적 신명'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낼 수 있는 표현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이 '내 안의 울림, 너와의 몸짓'이다. 풀이하자면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고요한 울림, 너와 함께 나누는 가슴 따뜻한 몸짓'. 이 슬로건에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연예술의 개발과 예술인들의 성장 도모, 사회적 가치와 공익성을 갖춘 따뜻한 문화예술의 새 기준 제시라는 세부적 목표로 담았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작품 창작활동에 들어갔다. 예로부터 금강과 서해가 이어지는 뱃길로 물자 교류가 활발했던 서천은 역사가 깊어 전해오는 이야기 소재들이 많았다. 지역의 향토 박사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고 예술적 콘텐츠를 발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 시 한편이 가슴으로 들어 왔다. 1800년 후반에 쓰여진 신영락의 '백저사(白紵詞)'. '한산골 아가씨 그 나이 열 다섯 살, 토굴에서 모시 짜며 자라고 있네'라는 시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 무용을 만들기로 했다. 줄거리는 처연한 애환과 슬픔을 담고 있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 오던 한 소녀가 모시를 파는 상인의 아들과 결혼하게 된다. 밥 먹기 조차 힘들어 선택한 시집살이는 그러나 더 각박하다. 매일 모시 짜는 일에 매달려도 오히려 이전보다 삶은 풍요롭지 못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생 끝에 고운 모시 옷을 짜서 고향으로 달려 간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없다.
한 소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룬 이 작품은 혼의 첫 번째 작품인 '모시 꽃 피다'이다. 이 작품은 2011년에 초연을 하게 된다. 예술과 생존과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며 고군분투 끝에 작품이 완성되자 단원을 모집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들, 함께 공부하던 선후배들이 하나둘씩 전통예술단 혼에 합류하면서 13명이 모였다.
'모시꽃 피다'는 흥행과 영예를 동시에 가져다 줬다. 향토색 짙은 무용은 지역 주민들의 호평을 얻었고 2년 뒤에는 전국무용제에서 은상과 연기상을 함께 수상했다. 기쁨은 신명으로 이어졌다. 무용 뿐만 아니라 타악, 무용과 타악이 결합된 작품을 연이어 만들었다. 춤과 타악과 소리의 만남을 구현한 '전통연희 판-nori'는 흥보가, 사랑가, 사물놀이, 고깔소고춤, 장고놀이, 진도북춤 등 전통예술의 각 장르가 종합된 새로운 공연형식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삶의 시작과 성장, 방황, 깨달음, 귀천이라는 스토리를 북, 장삼, 날개(소품)를 활용해 춤과 음악으로 펼쳐낸 한국적인 창작연희무용 '土·音·天·舞', 대한민국 최초의 성경전래지인 서천 마량진 포구에서 영국인과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를 영상, 음악, 무용극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Bible Road' 등 독특하면서도 지역의 향토 자원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창작하는데 공을 들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충청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공연 요청이 쏟아졌다. 2008년 창단 이후 7년간 전국을 무대로 200여 회의 공연을 소화했다. 공연활동에서는 갖가지 사연들도 담아 온다. 추석을 앞두고 지역 요양시설에 공연을 갔을 때다. 평소처럼 어르신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공연을 시작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할아버지가 눈물을 쏟아내며 울기 시작했다. 인생의 끝 자락에서 젊은이들의 공연을 보며 한 때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게 되고 갖가지 상념과 회한이 어우려져 눈물을 흘린 것. 그 날 단원들은 왠지 모를 감흥에 이끌려 아리랑 가락에 맞춰 소고춤을 추면서 모두 예외 없이 울면서 공연을 했다.
작품 창작을 통한 공연이 궤도에 오르자 공동체적 신명과 배려라는 화두를 다시 다잡었다. 지역 인재 발굴을 위한 지역 아동예술단 운영과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설 공연 등과 함께 충남세종문화이용권사업과 연계해 충청지역의 복지관, 취약계층 등을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1년에는 충남형 사회적 기업에 선정된다. 사무국장 까지 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는 의문 부호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현재의 삶은 '행복하다'. 김 대표는 단원들에게 "올바른 뜻과 혼을 가진 예술인이 되자"는 말을 자주한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소외계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이 예술의 기본이라고 늘 함께 되새긴다. 경제적 어려움보다도 예술의 사회적 확장이라는 명제에서 더 갈증을 느낀다.
말 못할 고충도 적지 않다. 어떠한 보상을 받고자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때때로 너무나 당연하게 무료 공연을 요구하는 연락이 올 때면 답답하다고 한다. 말이 좋아 '재능 기부' 이지 실제로 '재능 강요'를 당할 때가 더 많다.꾸준히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지만 전시적 소모품으로서 자신들의 재능을 요구할 때가 종종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예술계와 예술을 바라보는 인식도 이제는 조금 더 변화해야 하지 않겠냐 하는 바람을 조심스레 털어 놓는다. 더불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혼의 발전과 전통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지역 예술인들을 더욱 육성하고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하게 저희 같은 예술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겁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공간을 건립하고 예술인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며 예술을 창조하는 일을 하는 것이죠.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저희가 그 씨앗이 되야죠. 그런 아름다운 예술가들이 만나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을 만드는 것.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 그런 일에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작은 지하실에서 시작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따뜻한 문화예술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겁니다."
김예지 기자
최고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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